1966년과 1968년에 각각 발간된 박경리 선생의 수필집 'Q씨에게'와 '기다리는 불안'은 모두 어떤(?) 작품에 대한 다짐으로 끝맺고 있다.
"이제부터 나는 써야 할 작품이 있다. 그것을 위해 지금까지의 것을 모두 습작이라 한다…그 마지막 작품이 완성되는 날 나는 문학과 인연을 끊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꿈으로 끝날지도 모르겠다."
이후, 일체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집필에 들어간 선생은 1969년 9월
'현대문학'지에 그 첫회를 발표한다.'토지'라는 그 담대한 제목에서 천지간 생육하는 모든 것들의 생성과 소멸의 처음과 끝을 끌어안고 담아내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을 읽은 것은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인터뷰 기사의 사진을 통해 본 선생은 표정없이 긴장된 모습이었다. 기자는, 마주했던 두 시간
내내 선생은 등을 곧추세운 자세를 흩트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