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의 리더십」

 

정창영 (모교 명예교수)

 

  연세창립 120주년을 맞이하여 「연세비전 2020 : 세계 속의 자랑스러운 연세」를 수립할 때 우리가 어떤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가를 깊이 생각하였다. 연세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좋은 대학을 넘어 위대한 대학이 되기 위한 요건은 무엇인가 고민하였다.

 

   기독교 정신에 충실한 연세인은 이웃을 섬기는 엘리트가 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었다. 자신만의 입신양명을 넘어서 국민을 하늘처럼 떠받드는 인재를 사회에 내보내야 하며 이것이 연세에 맡기어진 하늘의 사명이라고 보았다. “연세자원봉사단”을 창설한 것도 같은 뜻에서였다.

 

  은퇴한 후 평상시 학생들에게 그토록 강조했던 섬김, 봉사를 자신부터 조금이라도 실천에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가 제일 어려운 이웃일까? 나라의 먼 장래를 위해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좋을까? 남북의 어린이들을 돕는 것이 제일 좋겠다고 결심했다. 어린이는 통일한국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영유아들에게 우유를 보내며, 남한의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멘토 서비스를 하는 “함께 나누는 세상” sharingtogether.or.kr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세상에 어려운 사람들이 많으나 굶주림으로 생명에 위협을 받는 북한의 영유아처럼 힘든 경우는 드물 것이다. 고귀한 생명을 살리는 일이므로 하늘이 기뻐하실 것으로 굳게 믿었다. 그래서 지역, 종교, 이념의 벽을 넘어 남가주의 이하성 박사님을 비롯한 백여 분이 뜻을 같이 하였다.

 

  2년여 전에 창립된 후 그동안 36차례에 걸쳐서 북한의 영육아들에게 우유를 꾸준히 보내고 있다. 굶주림의 참상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양이지만 언젠가 우리나라가 다시 통일 되었을 때, 북한 동포들이 고통을 당하는 동안에 마음만으로 라도 그 고통을 같이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위안을 삼는다. 앞으로도 남북한의 정치적인 상황에 좌우되지 않고 가장 취약한 계층인 영유아에 대한 최소한의 인도적인 지원은 지속될 수 있기를 바란다. 

 

  세계화와 기술발달로 전 세계적으로 소득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97년의 IMF 사태 후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있어 사회통합과 공동체 정신 함양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주의의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공평한 교육 기회의 부여는 필수적이다. 연세대 학생들이 어려운 중고교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멘토 서비스를 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앞날을 위하여 좋은 버팀목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연세에서 배우고 가르치면서 이웃을 섬기는 일을 하면서 감사한 마음이 충만하다. 이기욱 회장님을 비롯한 남가주의 여러 동문님들께 한 해 동안의 크신 수고에 대해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드리면서 기쁜 성탄과 복된 새해를 맞으시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