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보고

낙농육우협회 월간지 기고글

by 함께 나누는 세상 posted Jul 09,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북한 영유아 우유지원사업, 지속성 담보되어야"

 

방현섭(함께나누는세상 사무국장)

 

1945년 해방과 더불어 남과 북이 분단된 지도 벌써 73년이나 되었습니다. 1950년에는 우리 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과 상처를 남긴 동족 간의 전쟁이 발발, 3년을 싸웠고 지금까지 서로 총부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북쪽은 동포가 아니라 원수라고 배워왔고 북한이라고 하면 왠지 모를 악의를 갖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남북 분단의 현실은 한반도의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부정적 동기와 결과를 생산했습니다. 그러나 원래 하나였던 것은 다시 하나로 되돌아가는 것이 순리입니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을 강타한 심각한 흉년과 동포들의 기아상태를 그냥 눈뜨고 볼 수만은 없어 남한의 종교와 시민사회단체가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시작하였습니다. 대북 인도지원의 역사는 20년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획기적인 관계개선의 전기가 마련되었고 생존의 기로에 선 북한 동포들을 위한 남한 인도지원 단체들의 구호 및 개발지원 활동은 매우 높은 수준으로 진행되었습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 등 일련의 도발은 남북관계를 다시 악화시켰으며 20105.24조치 이후 아쉽게도 대결과 반목의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20180615-001.JPG

 

함께나누는세상은 20099월에 모든 북한 어린이들이 매일 우유를 마시도록 하자는 목표를 세우고 창립하였습니다. 당시 심각할 정도로 남아도는 남한의 우유를 북한 어린이들에게 보내준다면 남한의 축산 농가는 물론 북한 어린이들의 영양 회복에도 큰 도움이 되는 윈-(win-win) 프로젝트라고 확신하였고 이에 뜻을 같이하는 수많은 기업들과 종교단체들, 개인 회원들이 마음을 모았습니다.

그리하여 북한 민족화해협의회와 사업합의를 하고 2010122일부터 본격적으로 북한에 우유를 지원하였습니다. 정창영 상임대표(연세대학교 전 총장), 이종석 공동대표(서울우유협동조합 전 상임이사), 이선우 운영위원(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인천지회 전 회장), 서유석 김유미 홍보대사, 손범수 아나운서 등 관계자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첫 출항식을 한 122일은 영하 7도의 낮은 기온에 바닷바람까지 불었습니다만 북한 어린이들의 영양회복과 남북 관계 개선을 바라는 열기로 뜨거웠습니다.

기업과 개인회원의 후원을 통해 매주 20피트 컨테이너 한 개 분량의 우유를 인천-남포 해로를 통해 보냈습니다. 북한의 전기, 냉동장치, 교통 상황을 고려하여 100일 가량 상온 보관이 가능한 테트라팩에 담긴 200ml 멸균우유 3만여 개가 매주 북한을 향하는 트레이드포츈호에 실려 북한으로 떠났고 이 우유는 평양산원(산부인과병원), 남포 육아원(고아원), 남포 산원과 유치원 등의 어린이들에게 공급되었습니다. 3월의 천안함 피격과 남한 당국의 5.24조치로 대북지원이 전면 중단되었지만 영유아에 대한 지원은 지속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다행히 함께나누는세상의 우유 지원은 계속 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도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우유는 완적식품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우유를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하여 분해효소가 형성되지 못한 북한 어린이들은 설사를 하기 일쑤였습니다. 육아원, 유치원을 담당하는 주치의들은 우유 공급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에 북측과 협의하여 멸균우유뿐만 아니라 영유아들을 위한 조제분유, 전지분유 등을 함께 공급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렇게 지속된 북한 영유아에 대한 우유 분유 지원사업은 북한이 연평도에 포격을 가하는 사건으로 인해 남한 당국이 모든 대북지원과 교류를 금지한 11월까지 이어졌습니다. 20101월부터 11월까지 총 35주에 걸쳐 200ml 멸균우유 32만 팩, 800g 조제분유 13,250, 20Kg 전지분유 590포를 지원하였습니다. 이후 홍수피해를 입은 북한에 긴급 구호 사업으로 밀가루, 전지분유를 서너 차례 더 보내는 것 외에 대북지원은 수년 동안 꽉 막혀 있었습니다.

20180615-002.JPG

 

북한의 영유아들에게 우유를 지원하는 사업은 무엇보다도 지속성이 담보되어야 합니다. 일정 기간 동안 우유를 꾸준히 섭취하지 않으면 분해효소가 형성되지 못하여 소화 시에 어려움을 느끼고 결국 설사를 하게 됩니다. 이런 현상은 어린이들의 건강 일반을 책임져야 하는 북한의 주치의들에게는 매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전체적인 식량사정이 원활하지 못한 북한에서 산모들이 아기들에게 모유를 수유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우유와 분유는 매우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영아만이 아니라 자라나는 유아들에게도 우유는 성장기에 필요한 중요 영양공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북한은 남한의 지원이 중단되었을 경우 결국 좋지 않은 결과로 끝나기 때문에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지원을 썩 달가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거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단되지 않고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할 수 있는 제도적 법적 상황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 필요합니다.

최근 남북관계 개선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실 즈음이면 북미 간 정상회담의 결과도 어느 정도 나왔을 것입니다. 이 회의의 결과에 따라 한반도에는 평화의 훈풍이 불어올 수도 있고 이전에는 겪어 보지 못한 광풍에 휘말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과 결과에서 우리가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생명입니다. 게다가 어린이들의 생명입니다.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이데올로기와 정치, 체제, 대결구도가 자신의 선택과는 아무 상관도 없이 갓 태어난 어린이들의 생명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폭력입니다. 요즘은 유엔제재로 북한이 더욱 큰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위기는 사회적 약자들인 여성, 노인, 장애인, 특히 어린이들에게 더욱 가혹합니다. 우리는 한반도의 모든 어린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도울 책임이 있습니다. 함께나누는세상은 북한의 모든 어린이들이 매일 우유를 마시고 건강하게 자라나는 꿈을 결코 포기할 수 없습니다. 한반도에 평화의 훈풍이 불어오기를 고대합니다.